[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1)로컬의 변화]코로나가 바꾼 일상 ‘동네를 다시 보다’

1면 코로나19 통큰기사 관련 로컬푸드판매장
코로나19가 생활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우리 지역 명소가 재발견되고 있다. 대인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과 가까운 장소에서 장을 보고, 유명 관광지보다는 집 근처 공원을 찾게 되면서 찾아온 변화로 해석된다. 지난 20일 오후 김포 시민들이 가까운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김포점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기획취재팀

멀리있는 마트대신 근처가게로
주거기능 탈피 ‘생활터전’ 주목
지역 농산물 ‘로컬푸드’등 인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생활에 변화를 가져왔다. 멀리 있는 대형마트에 가기보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거나 집 근처 가게를 찾았다. 여름 휴가도 가깝고 한적한 곳으로 가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도시에서 눈을 돌려 가까운 곳에 있던 우리 지역 명소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지자체 역할도 실감하게 됐다. 매일같이 울리는 재난문자, 각 자치단체마다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보건소와 공공의료원 등은 우리가 그간 잘 알지 못했던 로컬을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 재난이 닥치니 지원도 진료도 소비도 마을에서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로컬의 재발견’이다.

시민 10명 중 5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몰랐던 동네가게를 발견했고, 10명 중 8명은 코로나19 대응에 지방정부가 역할을 했다고 느꼈다(경인일보 자체 설문조사 1천462명 응답). 주거 기능이 주를 이루던 경기·인천지역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생활이 재편돼 ‘생활터전’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시민의 80%는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줄어들 것이라고 봤고,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본 시민은 30%에 불과했다. 시민 대다수는 코로나19 이후 ‘더 나빠진 세상’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위 조사).

코로나19가 발견하게 해 준 우리 주변, 로컬은 저 암울한 전망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취재팀은 3주 동안 이 의문을 품고 로컬의 변화와 가치, 미래를 들여다봤다.

먼 전망을 살펴보기 전, 우선 바로 우리 생활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로컬의 변화는 우리 가장 가까운 곳, 먹고 사는 것에서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문제로 떠오른 지난 2월부터 각종 소비활동 지표는 한결같이 부정적 수식어 일색이었지만, ‘우리동네 농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만은 소비 한파를 돌파해냈다. 외출이 줄어들며 온라인 소비로 중심축이 옮겨가 오프라인 전반의 소비가 줄어드는 와중에서 유독 로컬푸드 직매장은 매출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경기도내 53개 로컬푸드 직매장의 1분기(1~3월) 매출은 전년 대비 30.2%가 늘어났고, 특히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폭증한 3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45.1%나 늘었다.

4~5월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5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607억6천900만원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20% 가량 늘고, 올해 누적 매출액도 1천650억원으로 지난해(1천374억4천600만원)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직매장과 50㎞ 이내에 농가가 위치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로컬푸드는 시·군과 같은 기초지자체 단위로 형성된다.

출하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이틀 이상 소요되는 대형 유통업체와 비교해 1일 유통이 가능하고, 유통단계도 2단계(농가-로컬푸드 매장-소비자)에 불과하다.

로컬푸드의 가장 큰 장점은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좋은 먹거리를 구할 수 있고, 생산자는 판매 마진이 좋아 효용이 높다.

그동안 여러 장점에도 주목받지 못했던 로컬푸드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호기를 맞았다. 사람들이 대인접촉이 자주 일어나는 대형마트에 가길 꺼리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두면서 생긴 현상이다.

김포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는 엘리트농부의 최장수 대표는 “로컬푸드는 코로나19로 집 근처에서 소비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됐다. 특히 쌀 소비량이 늘었는데, 필수 농산물인 쌀을 소비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로컬푸드 매장에서 구입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변화는 로컬푸드 매장의 진화로 이어졌다. 엘리트농부는 ‘드라이브 스루’ 판매가 가능한 새 매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축산물을 판매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는 “처음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각각 100세트씩 모두 200세트를 준비했는데, 3일 동안 1천세트나 판매됐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품목을 드라이브 스루로 구매하는 경험을 하면서 편의를 체감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드라이브 스루 형태가 결합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컬푸드의 성장은 곧 지역 농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엘리트농부가 2012년 매장을 열 때 140개였던 거래 농가는 110개까지 줄었다.

최 대표는 “친환경 기반 농장하고만 거래하고 있는데, 남는 게 없어 중간에 포기하신 분(농가)들이 많다. 로컬푸드가 성장하면 지역농가가 살아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더 좋은 농산물을 많이 소비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처 : 경인일보/기획취재팀